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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에 해당되는 글 3건

  1. 시누크(Chinook) 2009/10/11
  2. [단편 소설] Be the Reds(빨갱이가 되자) (2) 2009/05/14
  3. [단편 소설] 인터넷 소설 월드컵 200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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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누크(Chinook)


새로운 놀이 기구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만사를 제쳐두고 우방 랜드로 달려왔다. 얼마 전 9시 뉴스를 통해 새로 나온 놀이 기구가 그 전의 놀이 기구의 가격을 뛰어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기대가 컸다. 인터넷을 통해 어렵게 구입한 탑승권이 1만원인 것을 볼 때 새로 나온 놀이 기구는 대단한 스릴을 선보일 것 같았다.


[2010년 1월 21일 오후 12시 40분!]


내 탑승권에 인쇄된 놀이 기구의 탑승 시간이었다.


내가 가진 새 놀이 기구의 탑승권은 한반도를 통틀어 총 15명에게만 한정 판매된 새 놀이 기구의 첫 탑승권이었다. 나는 30명 중 1명에 드는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다. 물론 내 여자 친구도 나와 같이 탑승하게 되었다.


나와 그녀는 설렘을 안고 오전 일찍 우방 랜드를 찾았다. 커다란 장막에 가려진 놀이 기구가 보였다. 나와 그녀는 바이킹 같은 고전 놀이 기구를 타며 시간을 보냈고, 어느새 12시가 가까워졌다. 솜사탕을 먹던 그녀가 나에게 던진 한 마디는 이러했다.


"도영씨, 이거 너무 기대되는걸, 도대체 어떤 놀이 기구이기에 언론에서도 공개할 수 없었을까?"


그랬다. 9시 뉴스에서는 새 놀이 기구의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아니, 공개하지 못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뉴스를 통해서 새로운 놀이 기구가 개발되었다는 소식과, 그것이 엄청난 가격의 기계라는 것, 그리고 그 어떤 놀이 기구에서도 맛보지 못한 즐거움과 스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방 랜드 사의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덧붙여 초회 탑승권은 1인 2매로 총 30매 한정으로 발매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초회 탑승 때 그 모습을 공개한다는 것이었다.


새 놀이 기구의 이름은 시누크(Chinook)였다. 나는 이 시누크의 초회 탑승에 욕심이 생겼다. 새로운 놀이 기구의 첫 탑승은 놀이 기구를 좋아하는 나에게 큰 기쁨이 될 것이고, 잘하면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는 행운을 얻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터넷으로 실시된 초회 한정 탑승권의 구입을 위해 컴퓨터 앞에 대기하였다.


'오, 사, 삼, 이, 일.'


탑승권 구매 시각에 1초의 오차도 없이 구입 버튼을 클릭 하였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시누크(Chinook)의 초회 한정 탑승권을 구입하셨습니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스릴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라는 문구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렇게 하여 나는 시누크 첫 탑승의 행운을 거머쥐게 되었다.



[2010년 1월 21일 오후 12시 정각!]


우방 랜드의 사장이 나와 장막으로 가려진 시누크의 모습을 공개하였다. 사진 기자들의 플래시는 연신 터졌고,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누크(Chinook)!


그것은 수송용 헬기였다. 전쟁터를 수없이 오고 갔던 그 헬기였다. 두 개의 프로펠러가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며 죽음의 공간을 오갔던 수송 헬기 시누크가 놀이 기구 시누크였던 것이다.


나 역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평화의 시대가 온 뒤 전쟁의 상처는 놀이 기구의 환희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 헬기가 놀이 공원에서 새로운 비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초회 비행의 탑승객이 된 것이다.


마지막 안전 점검과 기자들의 인터뷰는 30분간 진행되었다. 그리고 12시 30분, 나와 나의 여자 친구를 비롯한 30명의 탑승객이 시누크에 올랐다. 좌측과 우측에 각각 5개씩의 창이 나 있었고, 좌측과 우측에 일렬로 늘어져 있었다. 각각의 좌석에 15명씩 앉았다. 그리고 안전벨트를 매었다.


나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들떠 있었다. 시누크에 타고 있는 모두가 그래 보였다. 시누크의 밖에 있는 구경꾼들의 얼굴은 부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이윽고 시누크의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했다. 처음엔 천천히 돌더니 이내 굉음과 함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돌았다. 그리고 내 몸이 약간 흔들렸다. 시누크가 날아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아무 느낌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창문을 통해 점점 작아지는 우방 랜드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라 장난감 마을 같은 시내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시누크를 둘러쌌던 카메라의 플래시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날고 있었다.


어느 정도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했을 때 시누크가 좌우로 흔들렸다. 가슴이 점점 더 빨리 뛰자 시누크도 내 마음을 아는지 마치 파도 위의 배처럼 위아래로 조금씩 흔들리며 날았다. 내 가슴은 환희로 가득 차 올랐다. 대단한 놀이 기구라고 생각하며 이 좋은 기회를 세상의 누구보다 빨리 가지게 된 것을 신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시누크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아래로 점점 빨리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비상!]


이라는 적색 등이 켜지고 사이렌 소리 같은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 여자 친구의 손을 꼭 잡고 걱정 말라고 안심 시킨 후 주위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아수라장이 된 시누크 안에서 나는 낙하산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여기는 낙하산이 없다는 것을. 불시착을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나는 안전벨트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벨트는 풀리지 않았다. 탑승객중 일부는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다.


프로펠러의 굉음, 사이렌 소리, 탑승객의 비명을 가득 채운 채 시누크는 땅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무사히 착륙하였습니다.' 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시누크는 땅에 내려앉았다. 아주 사뿐히. 근처 비행장 같아 보였다. 안전벨트가 풀리고 내가 여자 친구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을 때 마지막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동안 느껴 보지 못한 짜릿함을 느끼셨습니까? 시누크에 탑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0명의 탑승객을 태우고 우방 랜드로 향할 버스 위로 두 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기계가 굉음과 함께 다시 날아올랐다.

- 2004년 1월 26일 조약돌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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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town 바로가기 Be the Reds(빨갱이가 되자)


오후 10시 정각을 알리는 시계 화면이 끝남과 동시에 <파.고.다.>의 방송 시작을 알리는 화면과 함께 로고송이 송출된다. 화면은 방송 스튜디오의 모습으로 바뀐다.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사회의 잘 드러나지 않는 현상을 ‘파헤쳐 보고, 고민해 보고, 다시 보는’ <파.고.다.>의 최성훈입니다. 지난 주 방송에서 다루었던 인터넷의 악성 댓글에 대한 시청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이 한 국회의원의 “악성 댓글 처벌법” 발의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방송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제 옆 자리에 <파.고.다.>의 김익선 프로듀서가 나와 있습니다. 김 피디, 오늘 방송에서 다룰 내용을 소개해주시죠?


- 네, 안녕하십니까? 김익선입니다. 오늘 <파.고.다.>에서 다루어 볼 문제는 그동안 모두가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잘 꺼내려하지 않았던 색깔 논쟁입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는 빨간색을 꺼려하는 풍습이 만연하였습니다. 반공 의식이 철저히 강조되어 온 그 당시에 방송 프로그램이 공산주의의 상징이라고 여겨진 빨간색에 대해 다룬다는 것은 아마도 목숨을 내놓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풍토는 점점 바뀌어왔습니다.


-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로 빨간색을 선호하는 국민들이 늘어났죠?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거리 응원 장면이 자료 화면으로 나온다. 화면에서는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응원을 하고 있다.


- 네, 그렇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성공 개최와 함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선전으로 인해 빨간색을 이용한 마케팅, 이른바 레드 마케팅이 성공을 하였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로 모든 국민이 빨간색 티셔츠 한 장 이상은 가지게 되었다는 우스운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 'Be the Reds'라는 영어 문구가 새겨진 이 빨간 티셔츠를 말씀하시는 거죠?


- 네, 맞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에서 제작한 이 티셔츠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레드 마케팅은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에도 또 한 번 성행하게 됩니다.


-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다룰 주제는 월드컵 거리 응원입니까?


- 아닙니다. 하지만 월드컵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었던 이 티셔츠와는 관계가 있습니다.


- 'Be the Reds' 티셔츠 말씀이시군요?


- 네, 그렇습니다. ‘Be the Reds(비 더 레즈)'라는 영어 문구를 우스개 소리로 ’빨갱이가 되자‘라 해석하는 말을 들어보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 ’빨갱이‘라는 말은 과거 냉전 시대에 공산주의자를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입에 담기 꺼려하는 말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공산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이념 논쟁의 시대가 아닌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오면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 제가 어렸을 때에 반공 포스터나 책에서 보았던 ‘빨갱이를 때려잡자.’라던가 ‘머리에 뿔난 붉은 소’ 이야기는 이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 네, 맞습니다. 이제 빨간색은 더 이상 공산주의만을 떠올리게 하는 색깔이 아닙니다. 얼마 전 <파.고.다.>가 한 리서치 기관에 의뢰해서 실시한 ‘빨간색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것은?’이라는 설문 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2002년 월드컵’이라고 대답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설문 조사 결과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자료 화면으로 나온다. ‘빨간색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은 1위가 2002년 월드컵으로 나타나고 피, 헌혈, 김치, 신호등, 일요일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 이런 시대 상황을 대변하는지 스스럽지 않게 ‘빨갱이가 되자’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다루고자 할 이야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김 피디의 말이 끝나자마자 흑백 화면으로 과거 빨치산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점점 컬러로 변화하는 화면은 각종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빨간색이 소개되고, 마지막으로 ‘Be the Reds' 티셔츠가 클로즈업된다. 그리고 미리 녹화, 편집된 취재 장면이 나타난다.


- 우리는 ‘빨갱이가 되자’고 외치는 집단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그들은 누구이고, 어떤 이유로 빨갱이가 되려고 하는지 알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신변 보호를 요청한 제보자를 우리는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명을 사용하고 음성 변조를 해 줄 것을 요구한 제보자에게서 우리는 비밀 집단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 수 있었습니다.


화면으로 모자이크 처리가 된 제보자의 모습이 나타나고 자막으로는 신정(가명, 36세)라는 문구가 나타나면서 제보자의 음성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거 음성 변조되는 거 맞죠? 제가 이런 인터뷰를 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저는 빨갱이에서 제외가 될지도 몰라요. 벌써 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는 빨갱이 명단에서 영구 제명 되었습니다.”


- 빨갱이가 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입니까?


“빨갱이요? 흐흐.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아닙니까?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어요. 빨갱이냐? 빨갱이가 아니냐? 바로 이거죠. 소위 빨갱이가 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특별한 힘이 있어야 해요. 국가 유공자이거나, 또는 고귀한 신분이거나, 또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거나. 요즘 사람들은 빨갱이를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너도 나도 빨갱이가 되고 싶어 하는 거죠.”


- 빨갱이가 되는 것이 어떤 자격을 얻는 거라면 이런 자격을 부여하는 곳이 따로 있는 것입니까?


“자격 부여요? 그건 당연히 정부 아닌가요? 대한민국 정부 말이죠. 그 잘난 정부의 높으신 분들이 1년에 한 번씩 우리를 분류합니다. 육질 좋은 소나 돼지의 몸뚱이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쇠로 낙인을 찍듯이 말이죠. 정부의 심사 기관의 심사를 통해 우리는 빨갱이인지 아니면 빨갱이가 아닌지로 분류가 됩니다.”


- 그렇다면 빨갱이가 되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의 생활이 다릅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생활의 차이가 없다면 누가 그렇게 기를 쓰고 빨갱이가 되려고 하겠어요? 빨갱이가 되면 떡하니 사람들 앞에 자신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내세울 수 있죠. 거기다가 사람들은 빨갱이를 우러러보고 그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도 많아요. 매일매일 빨갱이를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하고요.”


- 그럼 빨갱이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그야 말 그대로 빨갱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거죠. 그 누구도 잘 기억해주지 않는 그런 조용한 삶을 사는 겁니다. 그리고 내년의 심사에서 빨갱이가 되기 위해서 1년간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 거죠.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빨갱이가 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누구는 출생 신분이 좋아서 평생을 빨갱이로 떵떵거리며 사는데 누구는 평생을 노력해도 빨갱이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제보자와의 인터뷰 화면이 멈추고 화면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온다. 그리고 최성훈의 모습이 나타난다.


- 김 피디, 이거 충격적인 내용인데요? 아직도 신분제의 악습이 남아 있는 곳이 있군요.


- 네, 시청자 여러분도 방금 전의 인터뷰 내용을 보고 놀라셨을 겁니다. 저희 제작진 또한 이런 충격적인 사실을 방송으로 다루기 위해 지난 몇 달간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였습니다. 저희는 소위 빨갱이가 되는 자격을 심사한다는 그 정부 기관의 관계자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하였지만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과거 심사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사람과의 전화 인터뷰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화면은 다시 전화기가 돌아가는 모습으로 변하며 제작진과 심사 기관에서 근무했던 사람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 자막과 함께 음성 변조된 목소리로 나온다.


- 빨갱이가 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분류하는 정부 기관이 정말 존재하는 겁니까?


“그렇죠. 과거에 저도 그 기관에서 심사를 담당했습니다.”


- 심사 기준은 무엇입니까?


“심사 기준이요? 그건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되어 있어요. 과거에서부터 내려온 전통도 따져보고, 이 사람이 빨갱이가 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발전에도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해보고요. 이외에도 여러 가지 내용을 다 따져본 후에 빨갱이가 될 사람들의 명단을 정하게 됩니다.”


- 이건 공산주의 사회와 같지 않습니까? 정부가 지나치게 한 사람의 인생까지 관여하는 것 아닙니까?


“과연 그럴까요? 정부가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부가 정한 기준이 없다면 너도나도 빨갱이라고 소리치고 다닐 거라고요. 우리는 단지 우리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 노력할 뿐입니다. 한 사회에 필요한 빨갱이보다 수가 늘어나려고 하면 그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억제하고, 만일 그 반대의 경우라면 적절하게 빨갱이의 수를 늘리는 거지요. 요즘은 자기가 빨갱이가 아니면서도 빨갱이인양 착각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가진 사람도 많이 늘어났더군요. 빨갱이 옆에 있으면 자기도 빨간 물이 드는지 아는 사람 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이건 무조건 선진국만 따라 가려고 해서 그래요. 우리 나름의 정체성도 없이 ‘선진국, 선진국’ 이러니까 지금 나라꼴이 이 모양 아니겠습니까?”


전화 인터뷰 화면이 정지하면 화면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온다.


- 인터뷰 내용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내용 중에 선진국을 따라간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빨갱이를 심사하고 분류하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닌가보군요. 김 피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 그렇습니다. 우리는 취재 중에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빨갱이를 심사하고 분류하는 제도가 이미 전 세계에 공공연히 퍼져 있다는 사실이죠. 우리는 이와 같은 사실을 파헤치기 위해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았습니다.


화면이 전환되면 일본 나리타 공항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취재 차량이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한 대학교의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백발의 일본 대학 교수와의 인터뷰 장면이 계속된다. 인터뷰는 자막으로 보이는 동시에 우리말로 더빙 녹음이 되어있다.


- 빨갱이를 분류하는 제도가 일본에도 존재하는가?


“그런 제도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존재합니다. 사람들의 주 관심사이니까요.”


-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본의 경우도 한국의 경우와 그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빨갱이를 분류하는 기준과 빨갱이의 수는 크게 다르겠지요. 이런 빨갱이의 수와 선정 기준을 보면 그 나라 고유의 문화에 대해 알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 유명하거나 인기 있는 빨갱이도 있는가?


“네,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선호하는 것이 다르듯이 일본 내의 빨갱이의 인기 순위도 개인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일본 대학 교수와의 인터뷰 화면이 정지되면 화면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온다.


- 인터뷰 내용 잘 보았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에 흥미로운 말이 있더군요. 빨갱이의 인기 순위가 있다는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 네, 저희도 그 말을 흥미롭게 생각하였습니다. 빨갱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으며 그것이 그 나라 고유의 문화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일본 대학 교수의 말은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 김 피디, 그렇다면 도대체 빨갱이의 정체가 뭡니까? 이제는 뭔가 확실히 설명할 때가 아닙니까?


- 네, 맞습니다. ‘파헤쳐 보고, 고민해 보고, 다시 보는’ <파.고.다.>의 진행 순서에 따라 지금까지 우리는 빨갱이에 대해 알아보고 그들의 정체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 그렇군요. 그럼 이제 다시 보도록 할까요? 시청자 여러분, 지금까지 보았던 방송을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펴보는 형식으로 오늘 프로그램을 마감할까 합니다. 빨갱이에 대한 해석은 시청자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럼, 다음 이 시간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최성훈 아나운서와 김익선 프로듀서가 꾸벅하고 인사를 하면서 화면은 정지된다. 화면은 이동하여 텔레비전을 비추고 그 앞에 앉아 있는 30대 중반의 남자를 비춘다.


[이 방송 은근히 재미있는 걸? 빨갱이가 도대체 뭘까?]


그의 혼잣말이 끝남과 동시에 화면에는 커서가 깜빡이고 있다.


누구보다 먼저 게시판에 빨갱이의 정체를 밝히려는 당신의 손가락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 2009년 5월 14일 조약돌 고쳐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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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먼소리 2009/05/29 12: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당췌 먼소린지

    •  address  modify / delete 2009/05/29 23:46 BlogIcon 조약돌(Joyakdol)

      이해가 안되셨다니 아쉽네요.
      다시 한 번 읽으실 여유가 되신다면,
      또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다시 읽어보면 이해가 될 지도 모를(?)
      글이라서요.

ontown 바로가기 [2006년 2월 1일]



웹상에 모두 16명의 작가가 모였다. 이름하여 인터넷 소설 월드컵! 지난 6개월간의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오른 16명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16강전의 시작!


인터넷 소설 월드컵의 16강전은 대진표 추첨으로 시작되었다. 추첨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접 나와서 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행사의 모든 진행 상황은 온라인으로 중계가 되었다. 상자 속에 담긴 16개의 번호가 각각 새겨진 구슬이 그의 손에 쥐어져 나올 때 마다 작가들과 독자들의 희비가 교차되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를 16강전의 대진 상대로 만난 작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비교적 쉬워 보이는 상대를 만난 작가의 얼굴에 미소가 약간 비치었다. 이것은 물론 각각의 작가의 컴퓨터에 달린 화상 캠을 통해 중계되는 모습이었다.


대진표 작성이 끝난 후 곧바로 16강전이 시작되었다. 16강전의 진행 방식은 간단했다. 행사 진행 측에서 제시한 16강전의 주제나 제시어에 관련된 글을 써서 웹 페이지에 올리는 것이었다. 작가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이었다.


[첫사랑]


16강전의 주제가 발표되었다.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주제인 '첫사랑'이였다. 작가들은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16명의 작가의 얼굴을 비추던 중계방송이 꺼졌다. 작가들이 글을 쓰는 2시간 동안은 중계가 되지 않는다는 행사 진행 원칙에 의해서였다. 하지만 작가들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독자들은 웹상에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독자들은 서로 자신이 지지하는 작가를 응원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조심스레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작가를 점쳐 보기도 했다.


어느덧 2시간이 지나고 16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개성이 담긴 글을 각각 하나씩 올렸다. 이윽고 각각의 글의 조회 수가 하나씩 올라갔다. 그리고 작가마다 하나씩 부여된 감상 게시판에 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독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작가들의 표정을 비추는 화상 캠의 화면이 다시 중계되기 시작했다. 어떤 작가는 독자들의 반응 하나 하나에 코멘트를 달아주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심사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 우선 작가들의 글이 올라온 후 단 2시간 동안 그들의 글이 웹상에 공개된다. 그동안 독자들은 각각의 글을 읽고 반응을 보이며 평점을 매긴다. 여기서 매겨진 점수가 총 점수 중 30%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대학교수와 소설가 등으로 이뤄진 심사 위원단의 심사가 30%를 이루게 되어 있었다. 그들은 독자들이 작가들의 글을 읽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2시간동안의 심사를 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40%는 인터넷 소설 작가들이 심사하게 되어 있었다. 16명의 16강 전 진출자는 물론이고 그동안 예심에서 선전하였던 모든 작가들이 심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첫사랑에 관련된 16강전의 글이 공개된 지 2시간이 지났을 때 심사가 마감되었다. 그리고 30분의 휴식이 있은 후 심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렇게 하여 8강 진출자가 선출되었다. 8명 중 돋보이는 글은 로맨스로 다가선 대부분의 글과는 다르게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공포 장르로 쓴 글이었다. 대부분의 글은 가슴 속에 묻어둔 첫사랑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릴만한 글이었다. 8강전에 진출한 작가들은 서로 축하하였다. 그리고 아쉽게 탈락한 다른 작가들을 격려하는 말도 잊지 않았다. 8강전은 하루의 휴식을 취한 후 2월 3일에 치러지기로 발표되었다. 그 기간동안 작가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글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고, 독자들은 심사 후 재공개된 16강전의 모든 글을 다시 읽어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2월 3일]


8강전의 날이 밝았다. 지난 16강전이 끝난 후 웹상은 온통 처음으로 개최된 인터넷 소설 월드컵에 관련된 기사와 글로 넘쳐났다. 과거나 백일장 같은 것이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치러진다는 색다른 특징은 독자들과 네티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독자들은 물론이고, 작가들도 만족해하는 듯해보였다.


8강전부터는 16강 전 때 결정된 대진표를 그대로 따라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자신과 8강전에서 맞붙을 상대 작가를 미리 파악하여, 상대의 글을 뛰어 넘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까지 주어진 상태였기에 오늘 8강전은 기대가 컸다.


8강전부터는 16강전보다 글에 대한 제한이 조금씩 많아진다. 2시간 동안 주어진 제시어에 관련된 글을 썼던 16강전의 규칙에 분량 제한이라는 규칙이 하나 더 붙었다. 그리고 시간도 1시간 30분으로 줄어들었다.


[8강전 제시어 : 전쟁, 분량 : A4 용지 5~8장, 제한 시간 1시간 30분]


8강전의 제시어가 중계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8강전이 시작되었다. 작가들의 얼굴은 16강 전 때와 마찬가지로 화면상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독자들의 열띤 토론이 다시 시작되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16강 전 때 자신이 지지하던 작가를 누르고 8강전으로 올라간 작가를 응원하는 글이 있는 반면, 그 작가를 폄하하는 글도 간혹 올라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자신이 응원하는 작가를 지지하는 글이었다. 그리고 8강전부터는 작가가 글을 쓰는 조건과 똑같은 조건으로 독자들에게 임시 공모전의 장을 열었다. 8강전에 진출한 작가와 같은 제시어, 분량, 제한 시간으로 글을 써서 올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호평을 받은 작품을 쓴 독자에게는 인터넷 소설 작가 데뷔의 길을 마련해 주겠다는 배려가 따르게 되었다. 이러한 번외 행사는 인터넷 소설 월드컵의 인기를 더욱 더 불러 일으켰다.

주어진 1시간 30분이 지난 후 8개의 카메라가 각각 켜지며 작가들의 얼굴을 비추었다. 지난번보다 어려워진 조건에 당황한 듯한 작가의 모습도 보였고, 8강전이 끝났다는 마음에 편해 보이는 표정의 작가도 보였다.


전쟁이라는 제시어를 발전시켜 과거의 전쟁을 실감나게 묘사한 글이 8개의 글 중 세 편이나 있었다. 그리고 한 편은 '한국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발전된 모습을 나타내었다. '입시 전쟁'이라는 글도 있었고, '음식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미래의 식량난을 묘사한 작품도 있었다. '인터넷 전쟁'이라는 제목과 함께 웹을 통해 치러진 제3차 세계 대전을 그린 글도 있었다. 나머지 한 작품은 8강 포기 선언과 함께 등록되지 않았다. 세계 최초의 웹으로 치러지는 인터넷 소설 월드컵에서 포기 선언이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방 작가는 초유의 부전승으로 4강전에 진출할 상황이 된 것이었다. 심사 위원들은 즉각 심사와 함께 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2시간 동안 공개되는 8강 전 작품을 토대로 한 독자, 심사위원, 인터넷 소설 작가들의 심사가 시작되었다.


2시간이 지난 후, 부전승에 대한 공식 입장이 발표되었다. 부전승은 인정할 수 없으며 해당 작가의 글이 심사 기준을 넘어서면 4강으로 진출한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물론이고, 독자와 작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설명과 인터넷 소설의 발전을 위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리고 4강 전 진출 작가가 발표되었다. '인터넷 전쟁'이라는 글이 현재의 시대를 잘 나타내었다는 평과 함께 4강에 먼저 진출하였다. 그리고 '입시 전쟁'이 제시어를 2차 해석하여 잘 표현하였다는 평과 함께 4강에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의 부전승 조건을 얻은 작가는 전쟁의 비극성과 잔혹성을 A4 용지 단 6장에 불과한 분량에 잘 묘사하였다는 평과 함께 부전승이 아닌 실력으로 4강에 진출하였다. 이것이 4강전에 진출한 작가 명단의 전부였다. 단 3명이 전부였던 것이다. 나머지 작가 중에서 4강전에 진출할 만한 글이 없다는 설명과 함께, 이것은 부전승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와 마찬 가지로, 실력이 없으면 상위의 토너먼트로 진출할 수 없다는 주최 측의 의도였다. 4강전은 이틀의 휴식을 취한 후 치러지기로 발표가 나며 인터넷 소설 월드컵의 8강전은 끝이 났다.



[2006년 2월 4일]


인터넷 소설 월드컵의 웹 페이지가 떠들썩했다. 4강에서 단 3명의 작가가 실력을 겨루게 된 것이 큰 화제였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어느 네티즌이 내놓은 것이 토론의 대상이었다. 어제 치러진 8강전의 번외 행사에서 우승한 독자를 4강전에 진출시키자는 것이었다. 한 네티즌의 의견이 커다란 파도를 몰고 왔다. 단 한 편의 글로 인터넷 소설 월드컵의 4강전까지 진출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랬다. 4강에 진출한 작가들은 지난 6개월간의 예선을 거쳤고, 16강과 8강을 헤쳐 왔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드세었다. 인터넷 소설 발전을 운운하면서 실력 있는 작가를 4강전의 공석에 참여시키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었다. 양쪽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되자 주최 측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하였다. 그리고 인터넷 소설 월드컵에 참가했던 작가들의 의향을 물었다. 그리고 어려운 결정이 내려졌다. 번외 경기에서 우승한 작가에게 4강전의 참가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4강전을 하루 연기 한다는 것이었다. 번외 경기 우승 작가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부연 설명이 뒤따랐다.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했지만 더욱 흥미진진해진 4강전에 대한 기대는 반대 의견을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2006년 2월 7일]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켜왔던 인터넷 소설 월드컵의 4강전이 시작되었다. 8강전에서 올라온 3명의 작가와 번외 경기에서 우승한 작가 1명이 자웅을 겨룰 날이 다가온 것이었다. 이 행사는 해외토픽을 통해 해외 유명 언론에도 알려진 후라 오늘 경기는 인터넷을 통해 해외 유명 사이트에 동시통역되어 중계되고 있었다. 오늘의 4강전은 지난 8강전에 또 하나의 제한 조건이 붙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장르의 제한이었다. 장르의 제한은 어떤 장르의 글도 소화해 낼 수 있는  작가를 뽑아내기 위한 조치였다. 오늘 4강전의 장르는 공정을 기하기 위해 당일 추첨으로 발표되게 되어 있었다. 먼저 제시어와 글의 분량, 제한 시간이 발표되었다.


[4강 전 제시어 : 없음 , 분량 : A4 용지 9~12장, 제한 시간 2시간]


분량이 늘어난 만큼 제한 시간이 8강전보다 30분 늘어났다는 설명만 있을 뿐 기타의 부가적인 설명은 없었다. 작가들은 물론이고, 독자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제시어가 없다니…….


그리고 곧이어 장르의 추첨이 이루어졌다. 상자에서 뽑혀진 구슬에 쓰인 장르는 '판타지'였다.


장르 발표가 끝나고 4명의 작가들의 얼굴이 화면에서 사라지면서 4강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늘은 번외 경기가 없었다. 하지만 독자들은 웹상에 모여 끝말잇기 등의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채팅 방에 모여 잡담을 나누기도 하였다. 지난 예선전의 글과, 16강, 8강전의 글의 모두 공개된 게시판에서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독자도 많았다. 그리고 번외 경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4강전의 작가들처럼 글을 써서 게시판에 올리는 네티즌도 간혹 있었다.


2시간이 지난 후, 4편의 4강 전 작품이 공개되었다. 제시어가 없기에 자유 주제로 쓴 작가가 2명이었고, '없음'을 제시어로 해석하여 '없음'을 소재로 하여 쓴 작가가 2명이었다. 자유 주제로 쓴 글도 훌륭했고, 없음을 소재로 한 글도 뛰어났다. 이번 4강전은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작품의 심사 시간이 3시간이었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제시어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늘어난 분량 때문이기도 했다. 심사위원들과 작가들의 얼굴이 간혹 화면에 비쳤다. 그들은 매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다. 4편 모두가 훌륭한 글이라서 어느 한 글을 뽑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 소설 월드컵의 결승전은 단 2명의 작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가 발표되었다. '없음'을 주제로 모든 인간이 어느 날 사라진 내용의 글이 자유 주제로 미래의 사회상을 그린 판타지 글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8강전 글인 '인터넷 전쟁'을 발전시켜 '인터넷 전쟁이 끝난 후'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 모든 존재를 부정한 '있는 것은 없다.'라는 글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2006년 2월 10일]


인터넷 소설 월드컵 결승전의 막이 올랐다. 결승전에 임하기에 앞서 결승전에 올라온 작가의 소개가 있었다. 예선 전 때 16위의 성적으로 16강전에 진출하여 수많은 작가들을 물리치고 '인터넷 전쟁', '인터넷 전쟁이 끝난 후' 등의 글로 결승에 진출한 작가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특히 '인터넷 전쟁'이 있은 후 이어진 모든 인터넷 라인이 파괴된 사회를 묘사한 '인터넷 전쟁이 끝난 후'에 대한 극찬이 이었다. 그리고 이에 맞설 다른 작가는 바로 문제의 그였다. 8강 전 번외 경기에서 우승하여 4강전에 오른 후 '없음'을 주제로 인간이 모두 사라진 후의 세상을 묘사한 글을 쓴 작가였다. 그 글에서 그는 인간이 사라진 후의 세상을 묘사하고 있는 작가 자신이 알고 보니 인간을 모두 없애버린 장본인이었다는, 약간은 섬뜩한 내용의 글로 결승에 올랐다.


작가의 소개가 끝난 후 결승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여기서 우승한 작가에게는 '넷북(Net Book)'의 발간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넷북'이란 최근 몇 년간 인터넷 소설이 종이에 새겨져 출판되는 것에 반대하여 생긴 인터넷상의 책이라는 것이었다. 작가는 자신의 글이 책으로 나온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 만족하고, 독자는 인터넷 소설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어 인터넷 소설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만족하는 것이 바로 '넷북'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승전의 조건이 발표되었다.


[제시어 : 인터넷 소설, 분량 : 제한 없음, 제한 시간 없음, 장르 : 제한 없음]


4강전의 제시어가 '없음'이었던 것보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제시어만이 주어졌을 뿐 모든 것의 제한이 없었다. 네티즌들은 분량과 제한 시간이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제한 시간마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여기에 이번 행사의 기획자가 설명을 하였다. 인터넷 소설은 자유로운 소설이기에 결승전은 작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었다는 내용과 제시어도 없애려고 했으나 그렇게 했을 경우에 예전에 써놓았던 글을 제출할 수도 있어서 제시어는 주었다는 내용이 주된 설명이었다. 그리고 2명의 작가가 자신이 쓴 글에 만족하였을 때 작품을 제출하면 되고, 2명 모두가 작품을 제출하였을 때 작품이 공개되고 심사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기획자의 설명이 끝나자 대망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결승전 진출 작가 2명의 화상이 중계화면에서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이 언제쯤 작품이 올라올까 하고 숨을 죽여 기다리는 것 같았다.


7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결승전의 심사가 시작된다는 공지가 떴다. 오랜 시간 기다렸던 사람들은 모두 기대감에 들떠 결승전 작품을 읽었다. 그리고 심사가 마감되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결과 발표에 앞서 심사평이 나왔다. 결승전의 심사평은 특이했다. 인터넷의 채팅창이 뜨고 2개의 ID가 등장했다.


심사위원 : 지금부터 인터넷 소설 월드컵 결승전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그에 앞서 심사평을 하겠습니다.


독자 : 2개의 작품이 올라 온 시간을 공개할 수 있나요?


심사위원 : 네, 물론입니다. 한 작품은 결승전이 시작된 후 1시간 후에 올라왔고, 다른 작품은 7시간 후에 올라왔습니다.


독자 : 심사에 이러한 시간이 영향을 미쳤나요?


심사위원 : 아닙니다. 심사에는 작품이 등록된 시간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실 것입니다. 인터넷상에서 소설의 연재가 올라오길 기다리는 독자의 마음이죠. 그런 기분 다들 느껴보셨죠?


독자 : 그럼 심사평을 해 주시죠.


심사위원 : 네. 먼저 '내가 만일'이라는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글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제일 처음 떠올랐던 생각은 '내가 무엇이 된다면 이렇게 하겠다.'라는 내용인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내가 만일'은 내가 단 10,000일만 살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시작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만 일, 즉 '27살에 인생을 마감하게 될 때 행복할 수 있으려면'이라는 가정 하에 시작된 인생을 아름답게 사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죠. 가슴이 따뜻해지고, 여운이 많은 내용이었습니다. 아름답게 최후를 맞이하는 주인공이 심정이 너무나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독자 : 그리고 다른 작품은요?


심사위원 : '인터넷 소설 월드컵'라는 글이죠. 인터넷 소설 월드컵에 참가하는 내용이 참 특이했어요. 인터넷 소설의 미래를 보여줬다고나 할까요? '백일장이 인터넷으로 치러진다면?'이라는 가정에 현재 부흥 중인 인터넷 소설을 접목시킨 아이디어가 너무나 좋았어요.  


독자 : 네. 그랬군요. 그럼 오늘의 우승작을 발표해 주세요.


심사위원 : 우승작은…….



나는 잠에서 깨어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마우스의 커서가 화면에서 깜빡인다. 그리고 나는 키보드를 두드려 '인터넷 소설 월드컵'이라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 연재를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이러한 날이 올만큼 내가 몸담은 인터넷 소설이 발전하길 바라며…….


- 2004년 2월 2일 조약돌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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